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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작법

시나리오 쓰기-세계관 구축 방법 및 주의점(원더랜드 분석)

by 리뷰여정 2024.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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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세계관 구축
시나리오 세계관 구축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서 시나리오 작가는 많은 것을 준비해야 합니다. 먼저 글감을 찾아 소재로 만들고, 무엇을 표현할 것인지 주제를 구체화하고 그 주제를 구현하기 위한 세계관을 구축하게 됩니다. 뛰어난 영화들 중에서는 새로운 세계관을 보여줌으로써 많은 사람들의 찬사를 받은 작품이 많습니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들은 어떻게든 영화 안에서 새로움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지금까지 나온 수많은 작품들 중에서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들이나, 왕좌의 게임, 반지의 제왕 등 판타지 요소가 가득한 작품들은 새로운 세계관 설정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습니다. 제가 오늘 분석해 볼 영화 원더랜드 역시 새로운 세계관을 통해 관객들에게 다가갔는데요. 원더랜드에서 세계관 구축이 가지는 장점은 무엇이었는지, 아쉬운 점은 무엇이었는지 시나리오 작가가 세계관을 구축할 때 주의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원더랜드 줄거리

영화 원더랜드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사망한 사람이나 의식불명 상태의 사람을 가상 공간에서 복원해 주는 서비스가 등장하는 미래를 배경으로 합니다. 탕웨이가 연기한 바이리는 불치병으로 사망한 싱글맘으로, 어린 딸에게 자신의 죽음을 숨기기 위해 원더랜드 서비스를 이용하여 가상 고고학자로 복원됩니다. 박보검이 연기한 태주는 사고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으나, 여자친구 정인의 요청으로 원더랜드에서 복원됩니다. 정인은 태주의 여자친구로, 가상공간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현실에서의 혼란과 갈등을 겪습니다. 해리(정유미)와 현수(최우식)는 원더랜드의 플래너로, 이용자들의 사연과 비밀을 관리하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바이리는 딸과 친구 같은 엄마가 되기 위해 원더랜드에서 가상으로 복원되지만, 서비스 종료와 함께 예상치 못한 오류를 겪게 되는 한편, 원더랜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었던 정인은 의식불명 상태였던 태주가 깨어나면서 현실에서 혼란을 겪게 되고, 급기야 두 사람의 관계마저 깨어지는 데 이르고 맙니다. 이를 통해 원더랜드 서비스의 장점과 한계가 드러나게 되는데요. 주인공들은 가상과 현실 사이에서 관계의 본질과 진정한 이별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김태용 감독은 아마도 원더랜드를 통해 '상실에 대한 그리움을 기술로 극복할 수 있을까?'를 묻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영화를 조금 더 깊이 분석함으로써 주제 구현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시나리오 쓸 때 세계관을 구축하는 방법 및 주의점

먼저 제가 시나리오를 쓸 때 세계관을 구축하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새로운 영화를 구상할 때 작가들은 가장 먼저 내 작품의 '특이점'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그 특이점이란 바로 '컨셉'을 말하는 건데요. 콘셉트는 주인공의 특색 있는 직업이 될 수도 있고, 원더랜드처럼 작품 전체의 새로운 기술이나 미래 시대가 될 수도 있고, 장소적 특징이나, 소재의 특징이 될 수도 있습니다. 먼저 내 시나리오의 콘셉트가 정해졌다면 그에 맞추어 그 콘셉트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세계관을 구축하게 됩니다. 세계관을 구축할 때에는 먼저 핵심 아이디어를 정하고, 그 안에서 독창적인 규칙을 설정합니다. 예를 들어 원더랜드에서는 '죽은 사람도 기술로 복원한다'는 핵심 아이디어를 정했고, 그 안에서 '영상 통화로 서로를 연결한다'는 규칙을 정한 것처럼요. 만약 필요하다면 시대적 배경을 과거나 미래로 설정해 볼 수도 있습니다. 원더랜드에서는 기술의 발전이 이미 이루어진 사회여야 했기에 미래를 시대 배경으로 가지게 됩니다. 요약하자면, 시나리오 작성 시 세계관을 구축하기 위해서 콘셉트정하기 - 규칙 설정하기 - 배경 만들기의 세 단계를 통하여 영화 안의 세계관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멋진 세계관을 구축한 뒤에 작가들이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세계관 충돌입니다. 작가나 감독이 설정해 놓은 세계관이 있는데 그 안에서 오류가 생기는 것을 저는 세계관 충돌이라고 합니다.(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두 세계가 만났다! 는 의미의 세계관 충돌과는 다른 의미입니다.) 작가가 설정해 놓은 세계관에서는 A부터 Z까지 가야 맞는데, 영화를 진행하다 보면 그 안에서 순서가 엉키거나, 논리가 맞지 않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그럴 때 작가는 과감하게 그 부분을 도려내고 세계관의 질서에 맞추어 스토리를 작성하도록 주의해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설정해 놓은 세계관을 헷갈리게 만들거나 거스르는 씬을 걷어내지 못하면, 결국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제대로 구현해내지 못하게 됩니다.

원더랜드 안에서의 세계관 충돌

원더랜드에서는 '죽거나 의식불명 상태의 사람을 가상 공간에서 복원할 수 있다'는 세계관을 구축했습니다. 예고편이 나왔을 때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새로운 세계관으로 많은 관객들의 기대를 얻었습니다. 그런데 본 영화가 나온 후 관객들의 실망스러운 평가가 이어졌습니다. 저는 그 이유가 위에서 말씀드렸듯 감독이 설정해 놓은 세계관 안에서 세계관이 충돌하여 주제를 구현하는 힘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원더랜드의 주제는 '상실의 고통을 기술로 극복할 수 있을까?'였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별을 겪은 후 원더랜드 서비스를 통해 그 사람과 계속해서 통화하면서 이별의 고통을 견뎌내보려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오류가 발생합니다. 서비스를 받는 사람들은 결국 지상에 살아남은 사람들인데, 영화 안에서는 죽은 사람인 바이리가 자아를 가지고 혼란스러워합니다. 그리고 바이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바이리는 그저 AI 기술을 통해 복원된 '영상'이어야 하는데, 자아를 가진 한 인간으로 그려지면서 감독이 설정해 놓은 세계관에 구멍이 뻥 뚫려버린 것입니다. 만약 영화가 이별을 겪고 있는 지상의 사람들에게만 초점을 맞추었다면 오히려 영화의 주제가 명확하게 구현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세계관이 흔들리자 누가 주인공인지, 누구의 감정을 따라가야 하는지가 불분명해지면서(관객들은 죽은 바이리에게 감정 이입이 되고 맙니다.) 주제 구현이 흐릿해지고 말았습니다. 차라리 남겨진 사람들의 시선으로만 따라가면서 영상 속 죽은 이들과 현실의 삶의 괴리를 보여주었다면 더 명확하게 사람들이 이 세계관을 이해하고, 과연 기술이 이별을 극복하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해 더 고민해 보았을 것 같습니다.

사실상 모든 영화는 영화를 만드는 작가나 감독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세계관이 담기는 것이므로 대부분의 영화가 고유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왜 어떤 영화는 훌륭한 영화로 기억되고, 어떤 영화는 형편없는 영화로 기억이 될까요? 저는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세계관의 충돌'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관이 완벽하게 짜여져서 그 안에서 주인공이 행동하고 움직이는 영화가 걸작으로 남게 되는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원더랜드는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새로운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훌륭한 영화라고 생각하지만, 이야기 안에서 세계관의 충돌이 일어나지 않게끔 시나리오를 수정했다면 더욱 주제를 명확하게 할 수 있는 영화가 될 수 있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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